(으음...)
[정신이 몽롱한데, 누군가 침대 옆에 서있는 거 같다.]
새로운 게임은 이미 시작되었어··· 당신이 어떤 결정을 내릴지 기대하겠어.
···열심히 발버둥 쳐봐.
[쾅쾅쾅――!!!]
와악! 무슨 일이지?
[쾅쾅쾅.]
[점점 커지는 노크 소리.]
이른 아침부터 누구지···
정말 믿을 수가 없군요, 아직까지 일어나지도 않았다니! 방도 엉망진창이고, 아직 아침도 안 먹다니!
···왜 나를 측은하게 보는 거야. 그리고 내 방에 마음대로 들어오지 말아줄래.
어휴··· 못 참겠어요! 주인님이 이렇게까지 엉망진창이라니···
할 수 없지, 내가 하는 수밖에.
뭐야, 뭐 하려는 거야!
20분 안에 나가는 게 목표에요. 그럼 10분 내에 아침을 빠르게 먹어보죠!
나머지 십 분 동안은 방 청소를 하고, 주인님 씻고 옷 갈아입는 거 봐드리도록 할게요.
잠시만, 도와줄 필요 없어···
청소 시작!
안돼――
반항해도 소용없어요!
[그렇게 10분이 지났다.]
[안은 보고도 믿지 못할 놀라운 아침상을 차려놓았다.]

02. 안의 아침식사
[옅은 금빛 버터를 가득 바르고, 가장자리가 알맞게 구어진 토스트와 바닐라 소스를 뿌려놓은 소시지.]
[신선한 채소에 방울토마토를 섞어 만든 샐러드,
거기다 신선한 꿀이 첨가돼 달콤한 우유까지.]
과연 「영예로운 메이드」다운걸··· 대단해···
[지금까지 이렇게 짧은 시간안에 이런 많은 음식을 차린 아침상을 본 적이 없었다.]
시간이 없으니, 5분 내로 먹어야 해요.
움? (입에 가득 넣고)
비록 어제 고등학교를 토벌했지만, 아직 많은 문제거리들이 남아있어요.
그래서 어제 히로님이 고등학교에 단서를 찾으러 함께 가자고 당신에게 메시지를 보냈어요.
엥?!
[빵을 입에 물고 단말기를 힐끗 보았는데, 아니나 다를까 미처 확인하지 못한 메시지가 몇 개 있었다.]
그렇게 죽은 듯이 자니까, 봤을 리가 없죠. 어쨌든, 빨리빨리 해요!
[고등학교]
[쾅쾅쾅쾅――!!!]
무, 무슨일이야!
[격렬.한.굉음이――!]
(지휘사) 님, 어서 피해요―
여기는 주택가 아니야? 어쩌다가 전쟁터가 되어버린 거야!?
흑문이 있는 곳이 바로 전쟁터죠――!]
[쿠궁――!]
[다행히 안이 막아줘서 충격파에 날아가지는 않았으나, 엄청난 폭발음에 머리가 잠시 어질했다.]
·········적군···
[그녀는 나에게 총을 겨누었고, 뒤에 있던 모든 무기들의 총구도 일제히 나를 향했다.]
적을··· 없애야 한다···
······!!!!
[유해화된 사하무와의 전투]
[움··· 움직일 수고 없어!]
[저벅. 그녀가 한 걸음 다가왔다.]
로나크, 방화벽을 가동해!
[갑자기 나타난 남자는 체격이 컸는데 키가 족히 2미터는 되어 보였다.
그는 손에 든 거대한 방패로 전방의 적을 막았다.]
[방패의 보호막은 후방까지 보호하여 적의 격렬한 공세를 박아냈다.]
너는···
휴, 겨유 쫓아왔네.
아앗!! 히로!! 당신은 또 언제부터 우리 뒤에 숨어있던 거예요!?
(덥석)
[설명할 시간도 없이, 히로는 내 손을 잡았다.]
지금 이렇게 노닥거릴 때가 아니라고. 내가 자네를 안전한 곳으로 데려가 주지. 로나크, 그녀를 막아!
알겠습니다.
[사하무의 공격이 빗나가자 급하게 뒤로 물러났고, 그 뒤를 로나크가 따라붙었다. 그러나 사하무의 뒤에는――]
이제 더 이상 도망칠 곳은 없어요!
[안은 신속하게 사하무의 퇴로를 차단했다.]
[앞뒤로 막아서자, 사하무는 망설임 없이 연막탄을 던졌다. 보이지 않는 틈을 이용해 도망갈 생각이었다.]
이런, 본때를 보여줘야겠군.
[히로는 태연하게 말했다.]
[곧이어 안갯속에서 괴물의 비명소리와 울부짖는 소리가 들려왔다.]
으아아아아아··· ···아아···
[크고 둔탁한 공격 소리와 함께, 사하무의 비명소리도 끝이 났다.]
[얼마 지나지 않아, 안개가 흩어졌다.]
[로나크의 거대한 방패에는 검은 자줏빛 혈흔이 묻어있었다. 사하무는 사지가 부러진 채 발치에 쓰러져있었다.]
[안갯속에서 얼마나 치열한 전투가 있었는지 상상조차 되지 않았다.]
[히로는 유유히 걸어가, 사하무에게 허리를 숙였다.]
사하무, 아주 잘 했네. 이제 좀 쉬도록 하지. 때가 되면, 내가 데리러 갈 테니.
[히로의 말을 듣자, 사하무의 몸이 파르르 떨려왔다. 그녀의 몸에서 자흑색 결정체가 하나둘 떨어졌다.]
이런 미안하게 됐군. 많이 놀랐겠어.
내가 처음 유해를 봤을 때도, 자네와 똑같은 반응이었지.
유···해?
모르는가?
신기사는 사람과 달리 몸에 "환력"이 존재하네. 이 환력이라는 것이 사람들에게 "초능력"을 갖게 해주지.
그러나 한번 전염되면, 몸에 폭타을 지니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야.
환력이 너무 많거나 적은 신기사는 폭주하게 되고 "유해화"되어 버리지.
[히로는 무언가가 생각난듯했다.]
그렇군. 자네는 유해가 무엇인지도 모르니··· 중앙청에서 유해를 어떻게 처리하는지도 당연히 모르겠군.
무슨 처리요? 당신 말대로라면, 유해화는 신기사가 자기 힘을 통제하지 못하는 상태인 것 같은데··· 치료를 통해 회복시키면 되겠네요.
아니죠, (지휘사) 님.
유해화가 일단 시작되면, 회복은 불가능해요. 중앙청에서 유해를 "처리"하는 방법은 이성을 잃고 더 악화되기 전에 제거하는 거죠.
!? 제거? 그게 무슨 소리야?!
이거 어쩔 수 없는 일이야. 그렇지 않으면 자제력을 잃은 유해는 막대한 인명피해를 초래할 테니까.
아무리 그래도···
······ 하하···하하하하하. 역시 (지휘사)! 자네가 더욱 마음에 드는군.
그럼 내가 제안을 하나 하지. 나는 동료를 잃기 싫고, 내 손으로 그들을 제거하는 건 더더욱 싫어.
난 사하무를 숨겨 두고 싶네. 그녀의 유해화는 이제 막 시작되었으니, 연구가 진행된다면 그녀를 치료하는 방법을 찾을 수도 있을 거라고 봐.
그리고 이 일은 앙투아네트에게는 비밀로 해줬으면 해.
잠깐··· 왜 하필 앙투아네트죠?
그건··· 유해는 곧 바로 제거해야 한다고 강력하게 주장하는 사람이 ――앙투아네트이기 때문이야.
(히로에게 사하무의 일을 숨긴다고 답할까?)
나도 도울게요. 근데 안이랑··· 그 로나크는요? 그리고 단말기에 전투 기록이 남을 텐데, 이 부분은 앙투아네트에게 어떻게 설명할 건가요?
그건 신경 안 써도 돼.
안은 자네의 신기사니 당연히 자네 말을 들을 거고, 로나크는 내 사람이니까. 전투기록은 내가 알아서 처리하도록 하지.
사하무를 나의 실험실로 데려가 최선을 다해 구해보겠네.
이게 나의 연구실 주소니까 근처에 도착하면 연락을 하도록 해.
연구소의 보안을 해제하지 않는 이상 직접 들어오지는 못할 테니.
바로 거절하다니. 정말 매정하군···
아니지, 충성심이로고 봐야 하나?
그렇다면 가게나, 하지만 사하무는 반드시 내가 데려가야겠네.
사하무를 나의 실험실로 데려가 최선을 다해 구해보겠네.
이게 나의 연구실 주소니까 근처에 도착하면 연락을 하도록 해.
연구소의 보안을 해제하지 않는 이상 직접 들어오지는 못할 테니.
[내가 고개를 끄덕이자, 히로는 안도의 미소를 지었다.]
그럼 부탁 좀 하지.
[히로는 사하무 몸에 잔뜩 묻은 결정과 핏자국은 아랑곳하지 않고
사하무를 안은 채 쫓기듯 골목으로 사라져 버렸다.]
·········
안, 왜 그래···.
음··· 어느 날 저도 유해가 된다면, 이렇게 나를 구해줄 사람이 있을까 생각하고 있었어요.
에이, 재수없게! 난 너한테 그런 일이 생기게 하지 않을 거야. 네가 유해가 된다 해도, 내가 무슨 수를 써서라도 구해줄게.
그런데, 앙투아네트가 유해를 제거하자고 한다는 게 사실이야?
사실이에요.
처음 신기사가 유해화 됐을 때, 앙투아네트가 정한 규정이에요.
일종의 불문율이죠.
만약 어느 날 자신이 유해가 된다면, 설마 자기 자신도 제거해버린다는 건가?
앙투아네트라면, 그럴지도 모르죠.
처음에 우리도 유해화 되는 것을 막아보려 했는데. 소용이··· 없었어요.
정화시키는 것은 고통만 지속시켰고, 시간은 되돌려 보아도 잠시일 뿐, 풀리고 나면 다시 원래 모습이었죠···
그래서 앙투아네트가 이런 결정을 내린 거예요.
···그럼 안은? 너는 어떻게 생각하는데?
그, 그걸 왜 나한테 물어요! 당신은 어떻게 생각하는데요?
(신기사 유해화에 대한 나의 생각은···)
난 절대로 내 동료가 다치게 하지 않을 거야. 그러려면 반드시 유해화 치료법을 찾아야겠지.
············
···에휴, 이상주의자들은 생각하는 게 다 비슷한가?
히로랑 똑같네요.
순간 욕인지 칭찬인지 헷갈렸다···
(안 호감도 +3)
만약 도저히 다른 방법이 없다면, 나는 상대의 의견을 존중할 거야.
그럼··· 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게 당신이 도와주겠다는 건가요?
다시 말해서, 만약 상대가 살고 싶어 한다면, 나는 최선을 다해서 살려낼 거야!
·········
그때 가서 너는 그저 큰소리로 나에게 "살고 싶어"라고 하면 돼.
내가 반드시 너를 구해줄게.
정말 입만 살았군요.
응? 난 진심이라구!
(안 호감도 +5)
그럼···이제 중앙청으로 가는 건가요? 사하무에 대해서 말하면 안 되는 거죠···
아, 응. 앙투아네트에게 전투 내용을 보고해야 하고, 유해에 대해서도 물어봐야 하는데···
[히로의 일방적인 말만 듣고 판단하기는 어렵다.
···일단 안에게는 말하지 말자.]
[중앙청]
[앙투아네트의 사무실에 들어서자, 여기저기 산더미처럼 쌓여있는 문서들에 압도 당했다.]
[앙투아네트는 물속을 헤엄치는 물고기처럼, 문서들 사이를 누비고 다녔다.]
[그나저나··· 그녀가 서있는 모습을 한 번도 보지 못했다. 항상 작은 배처럼 생긴 의자에 단정하게 앉아있었다.]
응? (지휘사) 님?
네, 접니다.
잠시만요, 금방 내려갈게요.
[앙투아네트는 살포시 내려왔다.]
업무 보고를 하러 오신 건가요? 아니면 궁금하신 거라도 있나요?
(정말 앙투아네트는 사하무를 제거해야 한다고 주장할까? 히로의 일을 앙투아네트에게 말할까?)
[히로와 사하무의 일을 앙투아네트에게 말했다.]
당신이 유해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좀 들어보고 싶어요. 다른 사람에게 전해 들은 거 말고, 당신이 직접 나에게 얘기해 줬으면 해요, 유해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히로의 말을 듣고, 오히려 내가 나쁜 사람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나요?
음··· 오히려 반대로 그가 좋은 사람이 아니라는 건 알 수 있었죠.
왜냐면 나는 앙투아네트가 그렇게 잔인한 사람이라고 생각하지 않거든요.
호호··· 그것 참 감사하네요.
그러나 그 규정은 사실이에요.
[앙투아네트는 잠시 멈추었다.]
처음 유해가 나타났을 때, 도시는 막대한 피해를 입었어요.
이에 중앙청에서 세명을 파견하여 막아냈죠.
전투가 끝난 후 두 명은 죽었고, 남은 한 명은 양쪽 다리를 잃었어요···
우리는 마지막에 유해의 몸속에서 들려오는 그녀의 울부짖음을 들을 수 있었죠.
···그리고 당신은··· 유해를 제거한 건가요?
그렇게 사는 게 너무 괴로웠는지, 스스로 자멸해버렸어요.
···미안해요.
아무리 그렇다 하더라도, 나는 유해를 제거하는 게 옳은 방법이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그럼 당신은 어떻게 할 거죠?
[서로의 의견이 맞지 않았지만, 앙투아네트는 여전히 따뜻한 눈빛으로 나를 바라봤다.]
난··· 아직 잘 모르지만. 히로가 사하무의 유해화를 완화시키는 방법이 있다고 했으니, 그를 믿어도 될 거 같아요.
·········
좋아요.
당신의 마음이 그렇게 확고하다면, 그렇게 하세요.
하지만, 만약 사하무가 완전한 유해가 되어, 무차별 공격을 가했을 때.
제가 그녀를 제거하는 것을 막으면 안 돼요, 아시겠죠?
그럼요, 저에게 맡겨주세요!
당신과 히로··· 어떤 의미에서는 아주 비슷하네요···
이것이 바로 고위층 지휘사들과··· 신기사의 식견 차이인 걸까요?
나는 식견 같은 건 잘 모르지만, 희망···을 믿는다는 것은 절대 잘못된 일이 아니라고 생각해요.
내가 히로를 찾아가서, 사하무를 회복시킬 수 있는 방법을 함께 찾아볼게요.
알았어요···
그럼 기다리고 있을게요.
[고등학교에서 조사한 사실을 앙투아네트에게 알렸지만, 사하무가 유해화된 것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후··· 네, 그럼 알았어요.
[앙투아네트는 조금도 개의치 않으며 비어있는 전투 보고서를 파일에 넣었다.]
엥··· 이걸로 끝인가요?
저에게 말하기 불편한 일이 생긴 거겠죠.
괜찮아요, 만약 제게 이야기 할 필요가 없다고 판단된다면, 당신 생각대로 하면 돼요.
미, 미안해요···
괜찮아요, 차 한잔 드릴까요?
[앙투아네트는 온화하게 웃으며, 한쪽에서 다기 한 세트를 꺼냈다.]
[나는 알 수 없는 죄책감을 품은 채 차를 단숨에 들이켰다. 입안에 녹차 특유의 씁쓸함이 남았다.]
그럼 전 이만 가 볼게요.
(지휘사).
전에 말씀드린 거처럼. 만약 궁금한 것이 있다면 무엇이든 저에게 물어보세요.
그럼 뭐 하나 물어봐도 돼요?
만약 당신이 저주에 걸려서 하루르 살 때마다 다른 사람들에게 죽음을 가져다준다면, 당신은 자멸을 택할 건가요?
········· 글쎄요.
저라면 먼저 어떻게 해서든 저주를 풀어볼 거 같아요.
끝까지 풀지 못한다면, 다른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기 전에 스스로 목숨을 끊는 걸 택하겠어요.
근데 그건 명백하게 당신 잘못이 아니잖아요.
(지휘사) 님은 정말 따뜻한 사람이네요.
걱정 말아요, 나는 절대로 저주에 빠지지 않도록 할 테니까요.
[앙투아네트의 미소는 아주 온화했지만··· 그녀는 이미 "저주"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아챈 것 같다.]
[그 순간 나는 그녀의 곁에서 도망치고만 싶었다. 그녀가 풍기는 강렬한 아우라에 데일 것만 같아서.]
··· 절대로 그런 일이 생기게 하지 않겠어. 절대로! 반드시 모두를 구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내겠어!
아··· 저기··· ···조심하게요. 천천히 뛰어요.
앙투아네트를 만났으니, 이제 히로를 만나러 가야겠지?
[연구소]
[히로의 임시 거주지, 도심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있는 저택이다. 저택의 주인은 몇 년 전부터 이 건물의 모든 권한을 그에게 넘겼다.]
[저택의 지하는 그가 연구를 진행 중인 비밀기지다. 히로는 사하무를 바로 이곳에 데려왔다.]
이렇게 하면··· 아마 당분간은 깨어나지 못하겠지.
하지만 한 단계 더 유해화된다면 막을 수 없을 거예요.
그러니 비상 시 그녀를 잠시 제어 할 수 있는 시간의 속박을 걸어놓겠어요.
좋아, 그럼 현재 상황을 기준으로 기록하지.
안, 거기에 있는 데이터를 기록해주게.
네.
안, 히로. 늦어서 미안해요.
아, 왔군요. 여기까지 찾아온 것도 대단한 걸요.
고생했네, 앙투아네트가 별 얘기 안 했지?
별 얘기 없었어요, 사하무는요?
사하무는 당분간 별일 없을 거야.
안, 기기의 데이터를 계속 주시해주게.
(지휘사), 우린 나가서 얘기하지.
[연구소 밖 휴게실, 히로는 마실 것 두 잔을 내왔다.]
한 잔 하겠나?
안이 만든 스페셜 커피. 생각보다 아주 훌륭하다네.
···? 당신은 이런 시퍼런 액체를 커피라고 하나요?
겉모습에 속지 말고 한잔해보게나.
[막무가내로 나에게 잔을 들이밀었다.]
사하무의 상황이 그렇게 좋지만은 않네.
안정제를 투여하여 일시적으로 그녀를 진정시켰으나, 언제 또 갑자기 폭주할지는 모르겠네.
[히로는 사하무의 상황을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알아요. 신기사에게 유해화는 "죽음"을 의미하죠, 우리가 해야 하는 일은 죽은 사람을 살려내는 것과 같이 금기시되는 거고요.
역시 (지휘사). 자네와는 말이 참 잘 통한다니까.
그럼 여기서 질문 하나 해보겠네.
자네는 신기사가 어떠한 존재라고 생각하는가?
영웅인가? 아니면 그저 전투용병인가?
영웅이다.
나 역시 그렇게 생각한다네.
용병이다.
호? 자네의 생각은 나보다 더 과격하군.
특수한 능력이 있는 신기사는, 하늘에서 내려준 영웅, 적어도 초능력자라네.
사람이 신기사가 되면, 육체와 정신이 한 단계 업그레이드한다고 생각하네.
이러한 능력으로 더욱 행복한 생활을 영위하면서, 더 많은 사람을 도울 수 있으니, 이는 인류의 "진화"라고 할 수 있지.
그러나 현재 신기사는 아직 불안정한데, 이는 유해화가 있기 때문이지.
하지만 세상은 언제나 발전하고 있고, 우리 또한 진화하고 있으니.
아마 언젠가는 유해화의 저주에서 벗어날걸세.
그럼 (지휘사)는 흑문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나?
흑문은 아주 위험하죠, 반드시 빠른 시일 내에 없애야 해요···
많은 사람들은 흑문을 이계로 갈 수 있는 포탈정도로 생각하지. 이계의 몬스터들이 우리 세계로 침입하는 통로로 말이야.
흑문 때문에 인류가 위기에 빠진 것은 맞지만,
난 흑문이 위기이자 커다란 기회라고 생각해.
위기와 기회가 공존한다는 말에는 저도 공감해요. 하짐나 흑문을 기회로 이용하는 것은 너무 어렵지 않을까요?
음··· 아직 적당한 방법을 찾지 못했을 뿐일세.
[히로는 웃으며 커피를 한 모금 마셨다.]
[바로 그때, 방에서부터 커다란 진동이 느껴졌다.]
[곧이어 보안문이 열리고, 안이 허둥지둥 뛰어나왔다.]
큰일 났어요! 사하무의 유해화가 심해졌어요.
흠··· 겨우 이 정도 밖에 못 버티는 건가?
제가 잠시 문의 시간을 멈춰놨어요.
그녀가 이 문을 열지는 못하겠지만, 오래 버티지는 못할 거예요.
[나와 히로는 서로를 바라보았다.]
내가 해결하지.
(지휘사), 돌아 가게나. 이다음 장면은 자네가 보지 않는 게 좋을듯하니까.
잠깐만요. 사하무를 어떻게 하시게요?!
걱정 말게나, 절대 그녀를 해치지 않을 테니.
다만···
더욱 강력한 조치를 취해, 그녀를 움직이지 못하게 해야겠군.
[히로는 이야기를 하며, 곧장 실험실로 들어갔다. 그리고 문을 굳게 닫았다――]
[같은 시각, 중앙청 문서실. 앙투아네트가 방금 제출된 전투 보고서를 확인하고 있었다.]
······사하무 한 명을 데리고 이미 해방된 고등학교에서 흑문의 핵을 찾다가······
갑자기······습격을 당했다.
그렇다면 "단말기"에 그 기록이 남아야 하는데······
설마 편집? 어째서······
[이번 전투의 영상은 왠지 모르게 깨져있었다. 영상을 잇는 과정에서, 앙투아네트는 순간 화면에 나타난 일련번호가 눈에 거슬렸다.]
···일련번호, 한자리가 더 많네?
재촬영된 영상이라는 말이네, 그렇다면 첫 번째 영상은···
[앙투아네트는 머리가 아픈지 눈을 비볐다.]
[덮어쓰인 전투 영상은 거의 산산조각이 되어, 복구는 거의 불가능한데. 도대체 누가 이렇게 훼손시켜 놓은 걸까.]
[강하게 엄습해오는 불안감.]
그 사람에게 부탁해 볼까···
[앙투아네트가 손을 휘두르자, 손바닥에 작은 방주의 파편이 나타났다.]
[그녀는 물어보고 싶은 것을 파편에 불어넣어, 사라지게 하였다.]
[얼마 지나지 않아, 중앙청 대형 단말기에 한 통의 메일이 왔다.]
[발신자는 별다른 이야기 없이, 전술 단말기로 암호화된 백업 주소를 첨부하여 보냈다. 앙투아네트는 주소를 단말기에 입력하여, 덮어쓰인 영상을 분석하기 시작했다.]
[깨진 영상들이 복구됐다.]
[그러나 화면에 보이는 장면은··· 히로가 강제로 사하무의 환력 결정을 빼앗아, 사하무를 유해로 만드는 부분이었다.]
······!!!
어떻게 이럴 수가.
[실험실에서 들려오는 격렬한 싸움 소리.]
어··· 어쩌면 좋죠··· 사하무가 완전히 유해화되었어요.
나도 들어가고 싶은데, 문이 너무 견고하잖아!
비키세요.
앙투아네트!?
[앙투아네트가 갑자기 왜 히로의 비밀기지에 나타났는지는 둘째치고···
평상시의 앙투아네트와 다르다. 지금의 앙투아네트는··· 분노가 가득 차있다.]
제가 방주를 이용하여 우리를 내부로 이동시키겠어요.
하지만 절대 밖으로 나오면 안 돼요, 준비됐나요?
좋아요, 하지만 사하무를 다치게 해선 안돼요, 앙투아네트!
······
그건 이제 제 맘대로 할 수 있는 게 아니예요.
[앙투아네트는 조용히 말하며 방주를 가동했다.]
이야아, 앙투아네트. 나의 실험실에 온 걸 환영하네.
그런데 지금 보다시피 상당히 난처한 상황이라 커피 한잔 대접하기도 어렵겠군.
[앙투아네트는 차가운 눈초리로 바닥에 쓰러져있는 사하무를 잠시 바라보고는 주위의 기계들을 천천히 살펴보았다.]
아주 잘 숨어있었네요, 히로.
당신의 연구들은, 외부에 전혀 공개가 안됐죠? 보아하니 당신의 행방이 묘연했던 동안, 이런 작업들을 많이 진행했나 보군요.
아무래도 유해화의 연구는 오랫동안 "금기"되었다 보니 말이지.
유해가 된 사체가 얼마나 귀중한 생체 자료인지, 당신은 이해 못할 거야.
···당신, 도대체 죽은 자를 얼마나 욕보여야 만족하는 거죠!?
이 연구는 모든 신기사들에게, 더 나아가서는 모든 인류에게 이로운 걸세.
나는 이미 각국 지도자들과 협의를 마친 상태이니, 방해하지 않았으면 좋겠네.
그리고 기억해둬. "전진"하고 싶다면, 반드시 "길"을 닦아야 해. 자네도 분명히 알고 있을 거야, 앙투아네트.
당신···
자네가 잊지 말아야 할 것이 하나 더 있네.
나는 지휘사지만, 자네는 그저 피지배 계층인 숨낳은 신기사 중 하나라는걸.
[앙투아네트는 이를 꽉 물었다.]
알았으면, 얼른 가보게――
자네의 방주에 있는 두 사람도 데리고.
안심하세요, 그들은 아무것도 듣지 못 했고, 아무것도 보지 못 했으니까요.
그러면 됐네.
얼른 중앙청으로 돌아가지. 거기엔 아직 자네가 처리해야 할 일이 많잖아.
[우리는 중앙청으로 돌아왔다.]
[앙투아네트는 실험실에서 발생한 일에 대해 아주 간단하게만 설명했다. 그리고 나에게 일단 기다리라고 했다.]
[그녀는 아주, 아주 중요한 일이 있다며 조만간 나에게 연락을 하겠다 했다.]
[사하무는 여전히 히로의 실험실에 남아있다. 그녀가 아직 살아있기는 한 걸까? ··· 아니면 이미 죽었을까?]
[앞으로··· 또 어떤 일이 벌어지는 걸까.]
[왠지 불안하다. 역시 그자랑 엮이지 않는 게 좋겠다.
이미 앙투아네트에게 말해놨으니, 대응책이 생길 것이다···]
수첩: 제6일
고등학교를 순찰할 때, 유해가 된 사하무를 발견했다. 신기사가 유해로 변할 수 있다니, 이건 처음 알게 된 일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