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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원한 7일의 도시/스토리 스크립트 형식

[영원한 7일의 도시] 메인 스토리 D-0: 신의 체스판 (missing lines)

 나다. 급하게 알려줄 게 있어.

 히로가 사라졌다. 그리고 네가 이곳에 보관했던 중앙청의 흑핵도 같이 사라졌어. 그가 어디로 갔을지 짐작 가는 곳이 있나?

 ···히로···

[이제 히로와 관련된 곳은 오직···]

 내가 누르가 있는 곳으로 가볼게!


[어제의 사건 이후 우리도 아픙로 누르의 거처에 대해 고민을 했다.]

[그녀의 몸은 이미 히로의 계획대로 검은 안갯속 지하에서 오랜 시간 아무 탈 없이 지내왔는데, 그곳에서 그녀를 꺼내면 다른 문제가 생길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주위에 설치된 흑핵을 가지고 가면 또 어떤 일이 생길지도 잘 모르기 때문에, 우리는 일단 유해화 흑핵을 모두 그곳에 남겨 두기로 했다···]

[그러나 지금··· 그곳에는 아무도 없었다.]

[똑. 똑.
조용한 공간에서 물방울이 떨어지는 소리가 들려왔다.]

[똑. 똑.
한 남자의 손에서 검보라색의 액체가 떨어졌다··· 마치 피 같았다.]

 ···왔군···

[히로는 고개를 들었다.
그리고 그저 바라봤다··· 누르의 시체를.]

 별일 아니다. 그것은 날 죽이고 자유를 얻으려 했지만 오히려 내게 죽임을 당했지.

 당신이 죽였군···그럼···그럼 누르는?

 당연히 죽었지.

 ···어라? 넌 내가 아쉬워할 줄 알았나? 비록 누르의 두뇌는 확실히 쓸만하지만 없어서는 안 될 정도는 아니야.

[히로는 눈 앞에 있는 유해화된 시체를 가볍게 어루만졌다.]

 그거 아는가, (지휘사). 아주 먼 옛날, 난 그저 보잘 것 없는 연구원이었다네.

 정말 놀라운 가설을 가지고 있었지만 그걸 증명할 능력이 없었지. 연구는 항상 난관에 부딪혔고 사방팔방으로 스폰서를 찾아 다녔어.

 그 후 난 한 스폰서의 집에서 어린 여자아이를 만났지.

 그녀는 정말 어렸지만 아주 똑똑했다. 그녀의 천부적인 재능은 비할 데가 없었어.

 정말 아름다운 보석이구나···라고 생각했지.

 그래서 나는 보잘 것 없는 잔꾀로 그녀를 데려갔다.

 아주 현명한 선택이었어. 그녀는 아주 짧은 시간 안에 내 가설과 이론을 이해했고 그걸 증명하는 데 많은 도움을 줬다.

 어릴 적부터 나와 함께 했지. 그녀는 내 뜻에 따라 신기사가 되었고, 결국에는 유해가 되기도 했다···

 나는 그녀에게 진심으로 감사를 표하고 싶군. 그녀가 없었다면 나는 오늘 이 자리까지 오지 못했을 거야.

 하지만···앙투아네트가 말한대로군···

 그렇게 오랫동안 알고 지냈다면 일개 짐승이라도 최소한의 감정은 남을 거라는···

[히로는 마치 울고 있는 듯이 허리를 숙이고 얼굴을 감싸 쥐었다.]

 당신··· 울고 있는 거야?

[좀 더 가까이 다가가자, 그의 표정이 선명하게 보였다.]

[손가락 사이로 보인 그것은, 생전 처음 보는
광기에 휩싸인 미소였다.]

 그럴 리가!! 자넨 이해할 수 없을 거야. 난 정말 기뻐서 우는 걸세!!

 난 결코 마음이 약해진 게 아니야!! 흑핵도 전부 여기 있고 곧 나의 꿈을 성취할 수 있어!

[미친 듯이 기뻐 일그러지는 얼굴. 욕망으로 무너진 마음.]

[누르도, 신기사도, 보통 사람도, 그리고 세계도···]

[모두 다 희생될 수 있고, 버려질 수 있고, 이용될 수 있다.]

[처음부터 히로가 제일 사랑하는 건 "자신"밖에 없었다.]

[다시 검은색으로 변한 흑핵은 히로의 손에 있었다···]

 비록 시기를 놓쳐···흑문을 열 수는 없지만···

 ···세상을 멸망시키려면 다른 방법이 필요할 듯하군.

[위험하다――
나는 위험한 것을 알고 있지만 꼼짝도 못한 채――]

[그저 히로가――
흑핵을――유해의 몸에 집어넣는 것을 보고만 있었다.]

[이게 어떤 원리이고 어떤 결말을 가지고 오게 될지는 아무도 모른다.
그저 유해 시체가···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몬스터로 변하는 것을···]

[아니다···
꿈에서··· 본 적이 있다··· 거대한 입 밖에 없는, 온 세상을 통째로 집어삼킬 것 같은 이 몬스터를.]

 아하··· 이런 모습으로 변하는 것이었군. 만약 가능하다면···기록해서 후세에게 남겨주고 싶군···]

 하지만, 어차피 이 세계는 곧 사라질 테니 상관없겠지···

[히로는 몬스터 앞에 서서 고개를 돌려 나를 봤다.]

 내가 이겼다, (지휘사).

 자넨 정말 나와 함께 세계의 종말을 볼 생각이 없는 건가? 만약 자네라면···

같이 살아가고 싶다 <
이렇게 끝나선 안돼!

[손안의 전술 단말기를 꽉 쥐었다. 귀신에게 홀린 듯···고개를 끄덕였다가 또 가로저었다.]

 ···그렇군···예상대로군···

 아니. 난 살고 싶어. 그리고 당신도 살아야 해. 이 세상도 살아 남아야 하고.

[히로에게 손을 내밀었다. 점점 더 많아지는 몬스터들은 입을 더욱 크게 벌리고 있었다···]

[히로는 내가 내민 손을 보고 놀라더니 미소를 지었다. 인류의 몸체는 거대한 몬스터 앞에서 정말 보잘것없이 보였다.]

 ···자넨 정말, 상당히 재밌군···

 만약 너를 조금만 더 일찍 만났더라면 좋았을 텐데··· 분명 모든 것이 지금과 같은 모습이 아닐 텐데···

 그럼 내가 하나 알려주지···

 이 세계의 신은 보기에는 강력해 보이지만 사실 아주 약하지. 만약 네가···

[말이 끝나기도 전에 그의 허약한 몸은 검은 바람에 휩쓸려 몬스터의 큰 입으로 사라졌다.]

 히로!!!

[스토리 전투: 오니세 처치]

[사라졌다. 몬스터의 몸은 쓰러진 후 다른 흑문의 몬스터처럼 사라졌다. 히로 역시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끝난 건가?

[몬스터의 몸체가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그 어떠한 흔적도 남지 않았다.]

 히로도···죽은 건가···

 정말로 이게 끝일까?

 이제 끝난 것 같은데···

[아무 생각 없이 말을 잇다가, 깜짝 놀라 고개를 돌렸다.]

[그녀는 바로 저곳에 있다.]

[거대한 흑핵 위에 앉아 나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그녀의 뒤에는 거대한 흑문이 하늘에 활짝 열리고 있었다.]

[그녀였다.]

[비록 제대로 된 모습을 보는 건 처음이지만, 나는 꿈속에 나타난 그녀가 맞다는 것을 확신할 수 있었다.]

[하늘에 뚫린 구멍은 끊임없이 커졌다. 이 모든 것을 어디선가 본듯하여 두려웠다.]

[아니.
안돼.
기억들이 눈앞을 스쳐 지나갔다.]

[어디가 잘못된 걸까.
또 어디가 잘못된 걸까.]

[나는 이미 최선을 다했다. 하지만 어째서 거대한 흑문이 열리고 이 세상은 멸망으로 치닫는 건가!]

 히로가 하는 지루한 이야기는 이미 들었어. 괘씸한 녀석. 자기의 뜻을 이루겠다고 완전 배배 꼬여버렸어.

 그럼 넌 어때? 너도 이 세상의 비밀을 파헤치고 싶어?

 당신이···이 세계의···「신」인가?

 흥, 예상했던 눈빛이네.

 너에게 있어 종말을 따진다는 것은 정말 우스운 일이겠군. 현실 세계에서 하루하루를 보낸다면 얼마나 좋겠어. 그치?

 하지만 안타깝게도 이 세상은 곧 끝날 거야.

 ······

 알아들었지? 알아들었으면 어서 다음을 시작해볼까···

 그래. 알아들었어. 하짐나 네가 생각하는 것과 조금 다를 수 있겠네.

 ······?

 난 히로가 하려던 게 뭔지 알 것 같아···

 「이 세계의 신은 강해 보이지만 사실 매우 약하다」 그가 말한게 아마도 이것일지도···

[나는 서서히 총을 들어 왕좌 위의 소녀를 겨누었다.

그녀의 표정이 처음으로 흔들렸다.]

[탄창에는 아직 쏘지 못한 총알이 남아있다. 유일하게 남은 한발.
이건 결코 나나 히로를 위해 남겨둔 것이 아니다.]

[이건 바로 창조주를 죽이기 위한 총알이다!!]

소리 없이 움찔거리는 입술 갑자기 부숴지는 모형

이름이 없는 창조주는 공중에

"이게 너희들의 답인가······"

"정말 대단한 걸···"

"다음엔··· 어쩌면 정말로 너희들 손에 죽을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