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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원한 7일의 도시/스토리 스크립트 형식

[영원한 7일의 도시] 메인 스토리 D-2: 버려진 자

[뛰어야 한다. 필사적으로 뛰어야 한다.
악마가 쫓아오고 있다.
조금이라도 뒤처지면 바로 붙잡힌다.]

 하아··· 하아··· 젠장··· 어디든 좋으니 우선 숨어있자.

 아, 당신은···

 쉬――! 소리 내지 마!!

[그 남자는 갑자기 뛰어들더니 한 번에 문틀을 잡고 방안으로 비집고 들어왔다.]

[방안에 들어가자 남자는 어쩔 줄 모르며 나를 노려봤다.]

[반나절쯤 지나자 포기하듯이 바닥에 주저앉았고, 오른쪽 반신에서는 자흑색의 결정체가 주르륵 떨어졌다.]

[그의 반쪽 몸은 이미 완전한 검보라색이 되었다.]

 ···웃고 싶으면 웃어요. 죽을 때가 되니까 갑자기 죽기 싫어졌어요.

[남자는 이미 부패된 오른손을 흔들며 쓴웃음을 지었다. 그는 처음에 만났을 때와는 전혀 달랐다. 생기가 없었고 눈빛에는 심지어 광기가 보였다.]

[비록 히로가 그에게 무슨 짓을 했는지 모르겠지만, 유해화된 신기사와 흡사해 보였다···]

 이제 전 더 이상 희망이 없는 건가요.

 저, 저를 중앙청의 앙투아네트에게 데려다줘요.

 내 몸은 히로가 이렇게 만들어 놓은 거니, 앙투아네트에게 방법이 있을 수도 있잖아요. 그렇죠?

 그녀는 신기사잖아요, 초능력이 있겠죠.

 그녀가 분명히 나를 구해줄 거예요, 그렇죠?


[중앙청]

[가는 길 내내 사람들을 피해 조심히 이동했고, 드디어 중앙청에 돌아왔다.]

[중앙청에 들어서는 순간 남자는 큰 소리로 비명을 질렀다. 그리고 고통스럽게 땅에 움츠렸다.]

[부패된 신체는 빠르게 그를 침식하고 있었다. 동시에 나는 오한을 느꼈다.]

[이곳 환력의 농도는···
이미 극한에 달했다.]

[숨을 들이 마시면 폐에서도 결정체를 만들어 낼 수 있을 거 같았다.]

[이런 가혹한 환경에서 혼자 있을 수 있는 신기사는 몇 없을 것이다.
이미 반 유해화가 된 이 일반인은 당연히 더 힘들 것이다.]

[탁 트인 로비 중앙에는 큰 구멍이 있다.]

[큰 구멍 위에는 거의 완전히 유해가 된 앙투아네트의 신체가 보인다.]


80. 파멸의 걸음 소리

[지하에서 솟아 오른 결정체는 시들어 버린 나무처럼 하늘로 뻗혀있었다.]

[나의 영향을 받은 걸까.
결정체에 오염된 눈망울은 내가 들어왔을 때부터 점차 또렷하고 부드러워졌다.]

 ···아. 왔   군   요···

[앙투아네트가 유해화 된 것을 잘 알 수 있었다.]

[하지만 히로가 말한 것과 다르게··· 순수하게··· 몬스터 같은··· 유해화였다···]

[그녀의 모습을 보자 남자는 애달프게 울부짖기 시작했다.]

 왜··· 왜 당신까지 이런 모습이 된 거예요··· 이건 다른 방법이 없다는 말이잖아요!

[이것이야말로 진정한 절망일 것이다.
남자의 몸에서는 검은 안개가 뿜어져 나오고 있었는데, 이미 가득 따라 놓은 컵에 끊임없이 물을 붓는 것 같았다.]

[더 이상 견딜 수 없었다.
더 이상 참을 수 없었다···]

 정말 방법이 없는 건가···

 당신들한테 정말 방법이 없는 건가요···

[앙투아네트는 가여워하는 표정을 지으며.
뒤틀린 경정체 사지를 서서히 일으켜 세웠다.]

[그리고, 그 사람을 찔렀다.]

[심장을 뚫고 지나갈 때 수정 물질을 뚫는 소리와
너무 작아서 거의 안 들릴 정도의 소리가 들렸다.]

 미  안   해   요.

 히로를 지키는 4명은 이미 유해가 되었군요. 그들은 매우 강하니 우리 둘이 상대하기에는 무리에요.

 지휘사인 히로는 전투능력이 없으니 곧바로 히로만 처리할 수 있으면 좋으련만······

[그 후 그녀의 시선이 힘들게 옮겨졌다.]

 당  신  도  미  안  해  요.

 난···

 (지휘사) 님!!

 안?···달비라? 여긴 어떻게 온 거야.

 당신이 방에 없길래 단말기의 위치를 추적해서 찾아왔어요. 이건··· 앙투아네트인가요?

[다시 고개를 돌리자 앙투아네트는 이미 눈을 감은 상태였다.]

[심장만한 결정체 하나가 그녀의 몸 밖에 떨어져 있었다. 결정체 사지는 시들은 가지처럼 아래로 처져 생명력을 잃은듯 했고, 진했던 환력은 점차 옅어지고 있었다.]

 ···(지휘사) 님. 당신만 괜찮으면 됐어요.

 달비라는 왜 온 거지?

 나는 실종된 실험 구성원을 쫓아온 건데, 보아하니 잔해만 회수하는 수밖에 없겠군.

[달비라는 앙투아네트에게 찔려 죽은 시체를 보며 일회용품을 대하듯 말했다.]

 그럼 이곳의 두 잔해는 모두 내가 책임지고 회수하겠어.

 그리고 유해화 실험의 마지막 단계도 이미 완성되었으니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히로가 네게 전하라고 하더군.

 내일 이계에서 큰 움직임이 있을 텐데, 최대한 그전에 신기사의 완전한 유해화를 끝내도록 해. 히로 역시 가장 중요한 준비를 하고 있으니.